[2018 서울시민시장위크 청년기획자후기] 경의선 공유지 초보마켙

기획연재
작성자
서울시민시장
작성일
2018-11-06 13:52
조회
조회 67

시장이 있었다.


마포구 공덕에는 소소하지만 사람냄새 나는 곳이 있었다. 서울시에서 꼭 들려야하는 곳으로도 지정되었었고, 퇴근시간이면 직장동료들과 장작패서 라면 끓여먹고, 화덕에 피자 구워먹고, 주말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몰려와 물건을 사고파는 진풍경을 자아냈다. 시간이 흘러 계약과 금전논리로 활동가들이 떠나고 항상 열릴 것 같던 시장은 마지막을 고했다. 공간은 휘양 찬란한 주변과는 동떨어진 빛바랜 추억으로 사람들에게서 멀어지는 듯 보였다. 그러나 멈춰진 공간에 시장을 스스로 꾸려나가는 판매자들이 나타났다. 누군가의 지시 없이 스스로 매대를 설치하고 어두워지면 알아서 뒷정리를 하였다. 그렇게 시간은 2~3년이 지나 예전과는 다른 늘 장이 열리는 곳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고, 공간을 같이 사용하는 공간지기, 인근주민들과 꾸준한 관계를 맺으며 시장을 유지하게 되었다. 금전논리에서 비롯된 시장보다는 초라해보일지 몰라도, 생명력 높은 자생 시민시장의 형태를 시민 스스로 갖추게 된 것이다.



시장을 그리다.


자생적 시장의 명시되지 않은 규칙은 장점이기도 했지만 단점으로도 작용되는 사례를 보였다. 공간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판매자는 시장에 융화되지 못했고 차츰 얼굴을 볼 수 없었다. 자생이란 이름으로 만들어진 규칙이 배척의 요소가 된 것이다. 시장을 건강하게 유지시키려면 약간의 개선이 필요해 보이는 시점이었다. 명시되지 않은 규칙을 정리하면서 처음 시장을 접하는 사람도 이해할 수 있는 간단한 설명서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다. 내부점검이 절실했다. 또한 하고 싶은 일과 할 수 있는 일을 나눠 정리하기 시작했다. 마침 10월 마지막 주에 열리는 시민시장위크에 맞춰 행사를 준비하게 되었고, 서울시민시장협의회의 도움아래 4명의 활동가가 각자의 생각을 매주 2-3번의 회의를 거처 기획안으로 추려나가기 시작했다. 초보마켙이라 이름 붙여진 기획은 시장의 이해도와 접근성을 높이데 주력했다. 공간을 재정비 점검했으며, 참가자를 모집하였다. 참가자들에게는 두 가지 정보 전달을 목표로 기획이 이루어졌다. ‘시민시장 맛보기’, ‘진심마켓팅’, ‘초보마켙 설명회’로 이뤄진 강좌와 워크숍 그리고 ‘야시장’과 ‘낮시장’으로 이뤄진 시장체험이 바로 그것이었다.



초보 첫 발걸음을 내딛다.


10월 20일 기린캐슬에서 초보마켙의 이름이 걸린 강좌가 진행되었다. 참가자는 8팀, 강좌는 시민시장의 성격과 유형, 시장에 필요한 마케팅, 차후 진로모색 등 우리가 간과한 부분들이 소개되었다. 허를 찔린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앞으로 준비해야 할 것이 잔뜩 있었다. 10월 27일 전날 비가 내린 탓에 기온은 떨어졌고 바람까지 불었다. 참가자는 모두 13팀이었다. 당일 아침에 돼서야 준비된 물품도 있었고, 스케줄보다 먼저 방문한 참가자의 등장에 허둥지둥 대기 일쑤였다. 날씨의 영향으로 유동인구는 눈에 띄게 줄었고, 예상과 다른 집객현상으로 고민하였으나 자리를 이동하는 임기응변과 그에 응해준 참가자들 덕분에 초보마켙은 웃는 얼굴로 끝날 수 있었다. 물건을 처음 팔아본 감각, 관심을 보여준 사람들, 공간을 지나가는 시민들 하나하나 작지만 큰 의미로 다가왔다. 추위는 훈훈한 마음을 식히기에는 미지근했고 시작과 마무리 모두 능동적으로 진행되었다. 아직 시민이 주도하는 시장에는 거리가 있었지만, 그 간극을 줄이는 여정으로서 의미는 더 컸고 생각도 깊어지리라 믿는다. 우리는 처음부터 ‘초보마켙’이라는 이름에 얽매였을지 모른다. 판매자들의 의견을 예상했지 실질적으로 깊이 있는 대화는 이뤄지지 못했다. 그들의 고충을 스케쥴에 맞춰 묵인하고 진행한 것은 실수일지 모른다. 조율이라는 이름으로 가지치기하며 할 수 있는 것을 버려야했지만 초보마켙은 절반의 성공, 자생적 시장의 다음 발걸음을 내딛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시도였다. 내년에 다시 초보마켙이 열린다면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만들어지길 기대한다. 언젠가 활동가들이 모두 떠나도 늘 열리는 생동감 넘치는 시장으로 남아있길 바란다.


"우리 모두 초보였다"